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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언론보도] 엄득호가 만난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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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4-30 09:45|조회수 : 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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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만 생각하고 수원 이외의 일은 당분간 생각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방분권 전문가 손혁재(59) 수원시정연구원장과 인터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그는 수원시정연구원의 초대원장으로 자리 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최초의 시정연구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자치와 분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 그의 등장은 기초지자체의 또 다른 변화와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손 원장은 경기지역정책연구소 소장과 풀뿌리지역연구소 소장 등을 지내면서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과 지방분권과 관련한 정책 자문 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이 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기초지자체 연구원의 첫 포지셔닝을 어떻게 잡아갈지 그의 행보가 궁금했다.

―반갑습니다. 개원한지 한달가량 지났는데요. 수원시정 연구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정연구원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수원시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미래에 대한 비젼, 청사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일종의 수탁과제로 볼 수 있는데, 현안이 생기면 각 부서별로 외부 용역을 주지 않습니까. 대게 보면 용역이 비슷비슷한 보고서가 나오고, 그런 보고서들이 실제로 행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문제점들을 연구원이 나서서 전문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고, 광역자치단체 연구기관들이 업무의 부수적으로 하던 것들을 시 연구원이 직접 수행하게되면 보다 충실하고 심도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정연구원은 주요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떤 방향으로 연구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기본과제는 연구원들이 각자 전공한 분야에서 수원시의 문제점을 찾아낼 계획입니다. 6개월~1년 동안 장기적으로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연구원이 지난 3월 28일 개원했는데, 현재 수원시를 알아가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수원에 대해 잘 알아야 연구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연구 분야와 접목시켜 수원시의 기본과제를 다루는 중입니다. 그 동안 시청 내 부서별로 현안 과제를 외부 용역에 맡겨 왔던 것들을 다시 맡아 연구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또, 그동안 경기개발 연구원이 수원시 산하기관에 대한 평가를 해 왔는데, 앞으로는 우리 기관이 맡아 수원시 산하기관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오는 9월에 열리게 될 생태교통 페스티벌 2013 수원과 관련해 여러가지 정책적 효과, 앞으로의 과제를 연구하고, 행사기간 중 벌어지는 국제 컨퍼런스 등을 맡아 진행할 예정입니다”

-수원시정연구원에는 현재 몇 명의 연구원들이 상주하고 있습니까?

“현재 13명의 연구원이 있습니다. 아직 연구 개원 초기이다 보니 예산문제 등 여러 문제가 겹쳐 많이 채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연구원 채용당시 도시설계와 계획, 건축분야의 우수한 인제들을 놓치기 아까워 두 명씩 뽑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분야, 문화·관광 분야는 아직 뽑지 못했어요. 미흡한 분야는 내년에 충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적으로 각 분야에 한 사람의 연구원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번 연구원 채용 때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30: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치열한 경쟁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수원시정연구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고, 두 번째로는 고급 두뇌들이 갈 자리가 없다보니 이번 채용에 몰린 것 같아요”

-수원시정연구원 초대원장으로 자리하게 된 인연이 있었습니까?

“작년에 시(市)에서 시정연구원 추진단이 만들어지고, 연구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 됐을 때 이사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참여 했던 것이 인연이 됐어요. 이후 설립을 추진 하는 과정에서 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프로필에서 보면 수원과 인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수원과의 인연은 20년정도 됐어요. 수원 YWCA와 많은 일을 함께 했었습니다.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점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곳에서 입법운동과 그에 따른 문제점, 도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강연을 해왔습니다. 또, 수원시 민선 5기 들어와서는 몇가지 프로젝트를 해왔습니다. 수원·화성·오산 3개시 통합에 대한 리포트 제시와 매니페스토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하는 일 등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염태영 시장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나요?

“직접적으로 대화하고 할 기회는 별로 없었어요. 지근거리에서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신뢰감은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현재 많은 지자체장들이 지방분권의 필요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시정연구원장으로써 지방분권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듣고 싶습니다.

“처음 시정연구원의 연구 방향은 도시환경을 특화하려다가 막상 연구원이 발족되다 보니 시민들의 삶의 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향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치와 분권의 전문가인 저를 연구원장에 자리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방자치를 시행한지 20년이 다 됐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자치와 분권의 문제가 개선돼 왔지만 아직도 중앙집권적 법과 제도, 관행 등 성격이 강하잖아요.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에 대한 역사가 짧기 때문에 그럴 수록 자치와 분권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갖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에 대한 개념을 서울의 변두리 또는 중앙정부의 하부조직으로써 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이뤄지는 삶의 현장으로 봐야 합니다. 특히 법과 헌법에서 위배되지 않으면, 중앙정부의 지시나 허가 없이 지방정부도 배타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법과 제도에 제한을 받고 있지만 무조건 못한다고 할 것 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야 합니다”

-개원한지 한달여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이른 질문인지 모르겠는데요. 수원이 안고 있는 문제점 중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일단 미래의 청사진 중 수원시가 10년 뒤 20년 뒤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이 있어서 재정자립도도 우수하고, 도움이 되고 있지만, 10년 뒤 100년뒤에도 이런 기업이 수원에 있을 것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수원시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래 성장동력. 즉, 주민들의 삶의 질 문제인데, 지금까지 도시문제라는 것이 팽창, 확대, 속도, 발전, 개발이 중요한 화두였는데, 이제는 관리 시대가 아닙니까. 아파트 단지 들어서는 것보다 공원 들어서는 것이 시민들에게 박수를 받고,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나무를 심는게 환영받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수원에 살면서 다른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라고 생각하는 삶의 질 적인 고민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특히 원도심과 신도심의 균형발전의 문제. 이런 것들의 고민이 많습니다”

-구체적인 대안은 있습니까?

“수원은 역사와 문화의 도시입니다. 역사를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성장동력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수원이라는 도시는 관광객들이 잠깐 머물다 가는 도시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원은 세계문화유산이 있지만 머물러서 잠을 자거나, 돈을 쓰는 도시는 아닌것 같아요. 수원은 역사와 문화를 내세울 수 있는 세계 문화유산도 있고, 스포츠 도시, 생태 수원 이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묶어 관광객들에게 서비스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즉, 아름답게 가꿔 나갈 수 있는 정수형 관광. 머물러서 수원에서 자고, 수원 사찰도 둘러볼 수 있는 장기적인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각오는.

“임기가 3년인데, 올해는 밑그림을 그리고 내년에는 뼈대를 잘 세우고 임기 마지막에는 지붕을 잘 덮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타 연구소를 방문해 둘러보면 통상적으로 연구원이 자리잡기까지는 빨라야 5~6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원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시와 의회가 지원해주면 임기 안에 자리잡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연구원들도 의욕에 차 있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지켜봐 주세요.”

손 원장과 진행된 90여분간의 인터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트였다. 그는 간혹 노트를 펴들고 메모를 하기도 했으며, 가끔은 그 곳에서 내용을 찾기도 했다. 아마도 지난 한달여동안 수원에서 머물며 느끼고 또 기억을 스쳤던 내용들을 적어놓은 메모장인 듯 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트 앞장에 적은 한줄의 글이었다. 그의 노트에는 “수원만 생각하자. 수원과 벗어난 생각도 하지 말자”라고 적혀있었다. 아직 한달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수원의 전문가답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임기가 끝날 무렵 그를 다시 한번 만나서 성과에 대해 다시한번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인터뷰를 끝낸 개인적인 생각은 “그의 등장이 반갑다”이다.

천의현기자/mypdy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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