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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무원들 일 진짜 안하네”…그 많던 불만 싹 사라졌다는 수원시, 왜? [방방콕콕]

정진욱 기자
입력 : 
2024-02-18 10:46:15
수정 : 
2024-02-18 11: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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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새빛민원실’ 도입
시민이 부서 찾아 헤맬 일 없이
30년 경력 팀장들이 직접 응대
민원인 입장에서 ‘원스톱 해결’
만족도 90점대로 확 끌어올려
수원
이명구(왼쪽), 변영호 베테랑 팀장이 민원인과 상담을 하고 있다. [정진욱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시청이나 구청에 전화를 걸어 “해당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자리를 비워 나중에 다시 연락해 주세요”라는 공무원들의 답변을 듣고 민원을 바로 해결하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복잡한 민원은 늘어나는데 이를 해결할 공무원 업무는 과다해 민원을 접수하고도 이를 해결하지 못해 지연하는 사례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민원을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은 시청을 찾아 공무원에게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지만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민원 해결 지연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머릿속에는 ‘공무원들이 일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깨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수원특례시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지난해 4월 민원 해결을 위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새빛민원실’이 있기 때문이다.

새빛민원실의 가장 큰 특징은 복합민원에 대해 각 부서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민원인의 고통을 절감한 것이 핵심이다.

30년 가까운 경력의 팀장 이상급 8명(사회복지·환경·토목·건축·행정 직렬)의 공무원들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가슴에 ‘베테랑 ○○○’이라는 이름표까지 달고 시민들을 직접 만난다. 베테랑 공무원들은 민원인들과 직접 상담하고 요구사항을 파악한 후 자기 경험과 비결을 바탕으로 관련 부서를 찾아 연결하거나 여러 부서에 걸쳐 있는 경우, 베테랑 공무원이 총괄 지휘해 실무 협의를 통해 처리한다.

새빛민원실은 공간도 획기적이다.보통 사무공간에 배치된 딱딱한 칸막이 대신 곡선형 벽체에 식물을 심어 실내 정원을 조성했다. 민원실에는 카페도 있어 시민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마시며 민원을 문의하고 해결한다.

모호한 업무 경계는 가르고, 민원은 ‘내 일’처럼 해결

새로 시작된 새빛민원실의 핵심적인 역량은 부서간에 명확하지 않은 업무를 조정하는 부분에서 발휘된다.민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도시 정비 및 개발과 관련된 민원의 경우 다양한 법과 제도로 얽혀 있는 데다 이해관계도 복잡해 담당 부서를 정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민원인이 담당 부서를 찾아 헤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수원시는 ‘베테랑 공무원’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다.

새빛민원실은 원스톱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행정적인 절차와 진행이 익숙하지 않은 민원인들을 대신해 민원인의 입장에서 행정 처리를 조언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새빛민원실
새빛민원실 내부 모습. [사진 출처=수원시]

안전한 통학로를 위한 수원공고 앞 방해물 정비는 베테랑 공무원들이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수원공고 앞 통학로에는 △전신주 △가로수 △CCTV △가로등 △배전반 △소화전 △통신주의 방해물로 인해 학생들과 주민들의 통행이 매우 불편하고,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다.

민원을 접수한 베테랑 공무원들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개 기관 부서(KT, 한국전력, 소방서, 수원시 4개 부서)를 만나 현장을 방문, 방해물 이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방법을 제시하면서 부서 간 협력을 이끌었다.

아울러 책임소재가 모호한 팔달 10구역 재개발조합 사업구간과 인접한 구간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검토해, 재개발조합에서 공사비를 부담하도록 중재하는 등 방해물 이전 시기를 지난해 12월 말에서 7월 말로 앞당겼다. 이로 인해 학교 근방 대규모 아파트 입주로 발생할 또 다른 민원을 사전에 예방했으해 안전한 통학로도 마련했다.

이들은 그물망 사이로 빠져나간 복지 민원을 해결하며 희망을 전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어느 날 한 외국인은 잘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로 가득한 체납 과태료 처분 통지서를 들고 새빛민원실을 찾았다.

베테랑 공무원들은 외국인에게 압류 해제를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또 베테랑 공무원들은 수술비 마련이 어려웠던 주민을 위해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찾고자 시청 내 다양한 부서에 문의한 결과 수술비 지원 방법을 찾아 해결했다.

경청하고, 공감하고, 방법을 찾는 ‘감동 행정’

베테랑 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변영호·이명구 팀장은 “민원인을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감동 행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과 상담을 마친 한 시민은 기자에게 “어디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속상했는데, 베테랑 명찰을 찬 분들이 말씀도 잘 듣고 문제를 잘 해결해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이처럼 민원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시간과 마음을 내 함께 방법을 찾는 것은 수원시 새빛민원실의 강점이다.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한 일들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경청만으로도 민원인들이 만족하기도 한다. 새빛민원실의 경청과 적극적인 민원 해결 태도는 행정신뢰도를 높이는 견인 역할을 한다.

‘새빛민원실’은 이재준 시장 아이디어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새빛 민원실 개장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수원시]

새빛민원실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민선8기가 시작되자마자 이재준 시장은 시민들과의 만남에서 빼놓지 않고 ‘혁신민원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민원 처리를 위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지 않고, 민원인이 카페 같은 공간에서 기다리는 동안 베테랑 공무원이 민원을 처리하고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다짐이었다.

이후 조직과 기능을 다듬어 수원시청 민원실은 투트랙 방식으로 지난해 4월 10일부터 운영됐다. 각종 증명서 발급, 지원 신청, 민원서류 접수 및 분류 업무 등은 통합민원실에서 진행하고 새빛민원실에서는 원스톱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재준 시장은 열심히 민원을 처리한 베테랑 공무원들에게는 승진을 약속했다.

“새빛민원실 이용 만족해요”…시민 만족도 94.53점

이재준 시장의 아이디어는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새빛민원실’ 이용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90점대를 보이는 등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수원시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새빛민원실 이용자 만족도 조사·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 서비스 종합만족도 조사 결과, 민원 품질 종합 점수가 94.53점을 기록했다.

설문 조사는 지난해 10월 26일부터 11월 3일까지 온라과 대면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참여인원은 새빛민원실을 방문해 민원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총 420명이다.

그 결과 가장 높은 동의 수준을 보인 항목은 민원처리환경품질의 ‘쾌적성’(96.87점)으로 확인됐다. 이어 ‘친절성’(95.30%), ‘편리성’(94.97%), ‘접근용이성’(94.56%), ‘전문성’(94.49%) 등 순을 보였다.

이번 설문 조사에 답한 응답자들은 민원품질 요소 중 만족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으로 ‘민원처리과정품질’을 꼽았다.

새빛민원실 재이용의사는 94.45점나 나왔다. 또 새빛민원실 이용에 대해 만족한 사람의 85.5%는 수원시에 대한 신뢰와 긍정적 인식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앞으로 새빛민원실은 시민들에게 혁신적인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무 부서간 연계와 화합을 이끌어 정책 방향을 정리하고 갈등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소통을 기반으로 더 나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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